시간을 걷는 소녀

2024. 10. 16. 21:38이세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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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옛날,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거나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시간을 걷는 소녀’ 라 불리던 아이라였다.

아이라의 눈동자는 신비로운 은빛으로 빛났다. 그녀는 시간이 멈춘 순간에도 홀로 움직일 수 있었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저주와도 같았다. 시간 속을 걷는 동안 그녀의 존재는 세상에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친구들과 가족을 만나도 그들은 곧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이라에게 남은 것은 오직 끝없는 시간의 길뿐이었다.

어느 날, 아이라는 시간의 길을 걷다가 우연히 '파르벨'이라는 이름의 마법사를 만나게 된다. 파르벨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마법의 기록을 남긴 자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라의 능력을 눈치채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했다.

"시간을 걷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고통이지. 하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파르벨은 고요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이라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 것에 놀라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럼, 방법이 있긴 있는 거야? 내가 잊히지 않고 시간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파르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능력은 태초의 시간에 속해 있어. 그 시간을 조정하는 자에게 가야만 해. 하지만 그 길은 위험하고,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어."

아이라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그 선택은 오히려 희망과 같았다. "어디로 가면 돼?"

파르벨은 시간의 경계 너머에 있는 '에테르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에테르의 문을 지나면 태초의 시간을 지배하는 자, '시간의 수호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에게 너의 저주를 풀 방법을 부탁해야 해."

결정을 내린 아이라는 파르벨의 도움을 받아 에테르의 문으로 향했다. 그녀는 문을 넘는 순간, 몸 전체를 휘감는 강력한 힘을 느꼈다. 시간을 걷던 평소와는 달리, 이번 여정은 그녀에게 더욱 큰 압박감을 주었다. 문을 지나자 그녀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위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고대의 신전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신전 속에서 마침내 그녀는 '시간의 수호자'를 만났다.

수호자는 거대한 형상이었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는 시간을 넘어 이곳에 왔구나. 무엇을 바라는가, 소녀여?"

아이라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나는 시간이 아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 잊히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시간의 수호자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대의 소망은 강렬하다. 하지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간을 거스르는 힘을 포기하면, 너는 더 이상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없다. 평범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니."

아이라는 그 말을 듣고 망설였다.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은 그녀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 능력은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고,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깊은 생각 끝에 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 능력 없이도 난 괜찮아. 이제 난 다른 이들과 함께 기억되고 싶어."

수호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이제 그대는 시간 속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아이라는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주위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잊히지 않는 평범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온 아이라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시간을 걷는 능력을 잃었지만, 대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얻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시간 속을 방황하는 외로운 소녀가 아니었다.


마무리 인사: 시간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선택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좋아요와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